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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골마을 속 시네마천국, 작은영화관을 가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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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골마을 속 시네마천국, 작은영화관을 가다①
  • 이동연 기자
  • 승인 2018.07.02 11:12
  • 호수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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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농사짓고 밤에는 영화 보러 간다
▲ 작은영화관협동조합 사무실에는 ‘문화를 나누는 기쁨,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란 슬로건이 걸려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 ‘시네마 천국’은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노인과 아이가 영화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고 여가활동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영화관람.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편수는 3년 연속,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인구가 적은 군 단위 지역은 영화관이 없어 문화 갈증을 겪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가 합심해 지역민의 문화생활 증진을 위해 극장이 없는 지역에 상설 영화관을 조성하고 나섰다. 바로 문화를 나누는 기쁨,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가득한 ‘작은영화관’이다.
작은영화관은 어르신에게 추억을, 청춘들에게 낭만을,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군 단위의 주민들이 영화 관람을 위해 대도시로 이동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내고 일상 속에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도시와 신작 영화를 동시 개봉함으로써 지역의 영화 향유권 격차를 해소하고 있다.
청양신문사는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은영화관을 방문해 타 지역 사례를 살펴보다. 또 협동조합 뿐 아니라 지자체 운영으로 지역민과 함께 공존하는 방법과 성과를 알아본다. 이를 통해 전국 24번째 작은 영화관인 ‘청양시네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그 첫 번째로 청양시네마를 위탁·운영하고 있는 작은영화관사회적협동조합(대표 김선태·서울 금천구)을 소개한다. (이하 사회적협동조합)

 <편집자 말> 

[글 싣는 순서]
1. 작은영화관의 출발, 작은영화관사회적협동조합
2. 작은영화관의 탄생, 장수군 한누리시네마를 가다.
3. 투어패스로 관광객까지 사로잡은, 부안 마실영화관
4. 지자체 직영, 주민과 함께하는 김제 지평선시네마
5. 영상문화생태계 조성, 서천군 기벌포영화관
6. 도시가 부럽지 않은 무주산골영화관
7. 문화갈증의 오아시스, 청양시네마

사회적협동조합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인가를 받은 사회적 기업으로, 작은영화관을 개설·운영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곳은 비영리법인으로 지역사회재생, 주민 권익 증진, 취약계층 사회서비스, 일자리 제공 등 공익사업 40%이상을 수행한다. 또 ‘자주적·자립적·자치적’ 활동으로 국민의 문화 향유권 강화에 목적을 두고, 발생 수익금을 조합원 배당이 아닌 지역사회 공헌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조합원들은 회원들 간 상호 발전, 지역 주민들의 문화복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조합의 작은영화관을 통해 어느 지역이나 그리고 누구나 편리하고 가까운 곳에서 최신 개봉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김선태 대표의 말이다.

조합의 출범과 사회공헌
사회적협동조합은 김 대표의 ㈜글로벌미디어테크에서 시작됐다. 글로벌미디어테크는 디지털 서버를 개발하는 회사다. 이곳에서 김 대표는 작은영화관 사업을 생각해냈다. 2010년 필름으로 영사기를 돌리던 시대가 끝나고 파일을 복사해서 쓸 수 있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 하면서 영화관 동시상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대기업으로부터 소외 받는 농어촌 지역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싶었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협동조합의 시발점이다.
김 대표는 사업을 준비하고 전북 장수에 작은영화관을 운영하던 중 주식회사는 공적 사업 진행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2014년 사회적협동조합을 독립시켰다. 같은 해 12월 작은영화관 사업을 흡수· 합병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5년 1월부터 전국 6개 지역에서 작은영화관 운영 사업을 개시, 사회적기업 인증을 완료한 뒤에는 전국 13개 지역에 조합 지점이 생겼다.
현재는 기술사업본부, 지점운영본부, 경영기획본부로 조직을 구성하고, 영화관 29개점, 스크린 53개, 좌석 수 3,490석을 보유했으며, 247명의 직원이 함께 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그 성격에 맞게 공익사업을 40%이상 수행한다.
2016년까지는 신규로 개설되는 전국 9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작은영화관에 100석 규모의 관람의자를, 지난해는 위탁운영 되고 있는 22개 작은영화관 소외계층(노인, 아동, 군인) 관람객들의 영화 관람료를 지원했다.
이들의 사회공헌을 위한 노력은 전국 각 지점에서도 인재육성장학기금 기탁(운영 수익급 지역사회 환원), 현대자동차 그룹 기프트카 셰어링 캠페인 TV광고 출연,  IBK-작은영화관 문화나눔사업, 기부 시사회, 무대인사, 무료상영, 지역민 일자리 채용(일차리 창출) 등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 작은영화관 2017년 말 기준 누적관객 수 도표.

작은영화관의 시작과 규모
작은영화관은 전국 기초지자체에 제안서를 보내는 것으로 첫발을 띄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답변을 준 곳은 전북 장수군이었다. 그렇게 2010년 11월 전북 장수군 ‘한누리시네마’가 문을 열었다. 군민들은 새로운 문화공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 사업의 가치를 알아본 전북도지사의 도움으로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국책 사업으로 발돋움 했다.
이로써 작은 소도시의 주민들이 개봉 영화 관람을 위해 대도시로 이동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일상 속에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관람객들이 극장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접근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2017년 말까지 누적 관람객 수는 155만2104명, 지점 수는 23개점으로 늘어났다.

현재는 전국 51개 지역에서 사업이 추진 중이며, 이 가운데 39개(올해 5월 말 기준)의 작은영화관이 운영 중에 있다. 이 가운데 작은영화관협동조합은 29개 영화관을 위탁운영하고 있으며, 10곳은 지자체나 타 업체가 이끌어 나가고 있다.
작은영화관 상영관 규모는 총 좌석 수 100석 내외, 1~3개관으로 3D 관람 시설까지 갖췄다. 국내와 해외의 모든 영화 배급사와 업무 제휴도 완료했다. 또 매점과 휴게 공간을 만들어 관람객들의 편의를 도왔으며, 팝콘, 나쵸, 음료 등 다양한 간식을 도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영화관 필수시스템인 티켓예매 발권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고객 예매 수수료를 폐지하는 등 타 업체와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올 2월에는 작은영화관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P)을 개발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이로써 고객 만족도 향상과 운영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 현대자동자 기프트카셰어링 캠페인 TV광고 장면(작은영화관협동조합제공)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농어촌 지역은 가까워진 영화관의 등장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 가능한 문화공간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소비·여가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낮엔 열심히 농사짓고 밤에는 영화관에 영화보러 간다’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작은영화관이 갖는 의미와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작은 영화관은 주민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최신 개봉 영화를 상영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가 작은 시골마을에 가져다 줄 수 있는 영향과 이점을 따져보면 말이다. 작은 규모의 영화관이지만 지역민의 관심과 참여가 높은 곳이 많다. 문화생활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은 영화관이 단순히 주민들에게 영화를 공급하는 소비 공간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주민의 문화 활동 참여와 문화교육 기회 확대, 문화 창조의 자유 보장 등 세부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것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면,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직접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거나 기관·단체와 연계한 마을방송만들기 등 작은영화관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적협동조합은 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강화작은영화관과 그 안에 강화미디어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협력이나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가 높지 않아 운영이 원활하지 않다고 한다. 이 문제는 예산과 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다. 주민들의 삶의 질과 여유로운 생활 조건, 그리고 문화 향유에 대한 관심도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협동조합은 가까운 미래에 지역 미디어센터나 지자체와의 협력으로 영화관을 넘어선 소중한 문화공간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강화군의 위탁으로 작은영화관이라는 문화적 공간 활용법에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것처럼 시간이 걸려도 꾸준히 사업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작은영화관은 앞으로도 극장이 없는 지역에 들어설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경북 울진군·상주군, 충북 옥천군 등에 개관한다는 소식이다. 이후에도 계속 조성 지역이 확대될 것이며, 이를 통해 대도시 중심의 영화 향유 기회를 작은 마을까지 확대시켜 나아갈 것이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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